[110109] 스파르타4주 이지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인솔교사 작성일10-01-09 00:00 조회680회관련링크
본문
오늘은 대망의 두번째 외부 활동 날입니다. 9시가 기상 시간이었는데 아이들
은 일찌감치 일어났습니다. 우리 빌라에서는 교회에 가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
에 느즈막히 일어나도 되었을텐데 아이들이 부지런히 기상하여 식당동에 갈 채
비를 마쳤습니다.
밖은 뜨겁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가 강렬하게 쬐입니다. 물에 들어갔다 나
오면 피부가 더 쉽게 탈 수 있으므로 썬크림을 하나씩 챙겨 가라고 말했습니다
.
점심 식사까지 한시간 반 정도의 자유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무얼 하
나 컴퓨터로 일을 하며 지켜보고 있자니 전자사전에 담아온 가요를 함께 들으
며 따라부르고 있더군요. 평소에는 공부 시간이나 자습 시간에 가요를 틀어놓
으면 공부 공간이 시끄러워지고 분위기가 산만해져 음악 듣기를 엄금하고 있지
만 (실제로도 전자 사전 속 사전 외 다른 자료들은 지워져야 하는 게 맞습니다
) 오늘은 아이들이 필리핀에 와 처음 맞는 일요일이라 마음껏 자유 시간을 즐
기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밖에 나가서 놀기엔 볕이 너무 뜨거워 아이들은 실
내에서 점심시간까지 수다를 떨었습니다. 음악은 어느 순간 꺼져있더군요.
탐불리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지속된 탓에 해가 뜰 것인가의 추이를
두고 지켜보느라 조금 늦게 출발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벤에 탄 후 10분을 좀
넘게 달려 목적지에 도착해습니다. 탐불리 리조트 내의 수영장입니다. 수영복
은 일요일마다 입는 연두색 애크미 티셔츠 안에 챙겨입습니다. 비치 타올을 챙
기고, 샌달을 신었습니다.
준비 운동을 시키고 물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은 꺅꺅 비명을 지르며 물장구
를 치고, 물 속을 걸어다니고, 미끄럼틀을 탔습니다. 미끄럼틀이 너무 느려서
손으로 미끄럼틀을 짚으면서 내려와야 했지만 그것마저도 재미있었습니다. 저
는 처음엔 동영상을 찍다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물에 뛰어들었는데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제 다리를 잡고 저를 빠트리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합치더군요...
돌아오자마자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메뉴는 스파게티와 열대과일 샐러드
였습니다. 우리 빌라는 차를 나눠 탔기 때문에 식당에 도착하는 순서에 좀 차
이가 있었는데요, 먼저 도착하는 순서대로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샤워
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샤워를 했고요.
수학 수업은 7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강지원: 지원이 웃음소리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지원이가 웃을 때마다 지원이
의 웃음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따라 웃기 바쁩니다. 지원이의 영어 이름이 헬렌
인데 그 이름을 들은 그룹 수업의 남자 아이들이 지원이더러 헬렌 킬러라고 했
대요, 헬렌 켈러에서 장난을 친답시고요. 아이들이 참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습
니다. 초등학생 남자 아이들이 같은 반 여자아이들을 놀리는 것은 영원히 사라
지지 않을 그 또래의 일면인 것 같습니다.
노하림: 라면을 정수기에 받아 먹는데 하림이는 순번을 잘 탔습니다. 언니들
은 뒷순서로 물을 받아 정수기 물이 라면을 맛있게 익힐 정도로 뜨겁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림이는 숙제와 영어 일기를 다 마치고도 깜지를 써야겠다며 열
심히 깜지를 쓰다가 위로 올라갔습니다.
배성아: 성아는 수영장에 이르러 도수를 맞춰 챙겨가지고 온 수경을 갖고 오
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수경을 끼고 있길래 어떻게 된 거
냐고 물었더니 알고보니 가져왔다고 합니다. 시계를 차고 물에 들어가서 시계
안에 물이 찼습니다. 풀어서 놔두기는 했는데 작동을 다시 할 지는 의문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신기한 물시계가 되었다며 우와,를 연발했습니다.
이재령: 재령이의 수학 문제 푸는 속도가 빠르네요. 수학 수업을 하면 개념을
짚어주고 문제를 풀게 하는데 늘 학생 중 맨 먼저, 아니면 두번째로 빨리 문제
를 다 풉니다. 거기다 제가 화이트 보드에 문제를 풀어주며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보면 제일 먼저, 제일 많이 대답을 해주고요. 적극적인 수업 태도가 참 고
맙고 귀엽습니다.
정수빈: 수빈이는 참 성실합니다. 영단어 시험에서 거의 틀리지 않기 때문에
깜지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편인 수빈이는 비는 시간에 수학을 풉니다. 지금 한
창 제곱근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데 지아나 저와 얘기를 나누고 질문을 해가며
한 문제 한 문제씩을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어른스럽습니다.
최지아: 지아는 처음에 수영복 등이 파여있어서 면 티를 입을 수 없냐고 물어
봤는데 제가 아무도 안 보니 그냥 같이 들어가자고 해서 같이 들어가게 됐습니
다. 지아는 수영을 마치고 추파춥스 두 개를 한 입에 넣고 빨아먹었습니다. 전
지아를 놀리는 게 참 재밌습니다. 영어 캠프엘 와서 수학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을 하길래 그럼 이 캠프 후에 수학 캠프를 한 번 더 가랬더니 미
간을 좁힙니다.
최현지: 어머님과 통화를 마친 현지가 선생님 혹시 엄마에게 자기 잠버릇 얘
기를 했느냐며 부끄러워합니다. 아이들은 제가 다이어리에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적는 줄을 모르기 때문에 부모님과 통화하면서 일기에서 봤다, 선생님이 이러
셨다.. 하는 말을 오늘 처음 들었을 것입니다. 현지는 틀린 게 별로 없어서 깜
지를 제일 먼저 끝냈는데요, 제가 애들을 재우기 위해 몇몇의 깜지가 미완성인
것을 허용하고 올려보냈더니 이런 게 어딨냐며 우는 소리를 했습니다. 머리 때
문인지 그 모습이 꼭 한 마리 귀여운 푸들 같더군요.
내일 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노하림님의 댓글
회원명: 노하림(rhr2006) 작성일
사진도 보고 글도 읽고나서야 안심하고 자러갑니다
11시쯤부터 쌤의 글을 기다린답니다
한국시간으로02시11분입니다 굿나잇~
인솔교사님의 댓글
회원명: 1161102pdh(9) 작성일노하림 / 오늘은 현지 인터넷 상황이 유독 좋지 않아 글이 늦게 올라갔습니다. 기다리시는 어머님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재령님의 댓글
회원명: 이재령(doolph3) 작성일
울 삼남매가 수학을 좋아한답니다. 재미있게 꾸준히 잘 지내고 왔음 싶습니다.
어제 재령이가 많이 울었답니다. 선생님, 울 공주에게 힘 많이 주시고,
엄마가 항상 맘속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옆에 있다고 꼭 전해주세요.. 사랑한다구요...
최규진님의 댓글
회원명: 최규진(jim0929) 작성일
아니 지아야 수학을 잊어버리믄 안된데이 ^^
그래도 잘지내는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강지원님의 댓글
회원명: 강지원(jhkang11) 작성일
오늘도 어김없이 선생님의 글에 웃음이 번집니다.
지원이가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이제,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 군요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홧팅!!!
최현지님의 댓글
회원명: 최현지(pink817) 작성일
선생님의 글을 읽어보면 아이들을 세심하게 돌보시는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