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07] 스파르타4주 이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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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솔교사 작성일11-01-07 23:52 조회60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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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의 일기를 씁니다.
한국의 일기 예보는 인터넷 사정이 한국과 같이 빠르지 않은 관계로 따로 챙겨보지 않고 있습니다만, 필리핀 날씨와는 전혀 다를 것을 드디어 오늘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계속 비가 와서 아이들이 일기를 적으며 제게 날씨를 물어볼 때에도 rainy & sunny 로 적으라고 했었거든요.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 식당으로 나가려고 보니 햇빛이 정말 강렬합니다. 햇살이라고 하기엔 뙤약볕에 가까운 느낌인데 몸이 뜨겁기는 하여도 덥다는 느낌은 딱히 들지 않습니다. 드디어 건기다운 건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썬크림을 넉넉히 바르라고 일러두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한 테이블에 딱 일곱 명이 앉을 수 있어 아이들은 늘 한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서로가 서로를 기다려주고 함께 문을 나서는 모습이 제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한, 어색하고 조용했던 첫 만남의 시간과 사뭇 다릅니다. 저녁을 먹은 후부터 모여 앉아 시험을 보고 숙제를 하면서 아이들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습니다. 어제도 중학교 언니들은 초등학생 동생들에게 중학교 생활에 대해 흥미진진한 묘사를 해주어서 동생들은 완전히 몰입해 들었습니다.
일대일 수업을 시작하면 현지는 혼자 30번 빌라에 가 그룹 수업을 듣고 나머지 여섯은 모두 호텔로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이들을 데려다준 뒤 종이 치면 아이들이 제대로 앉았는지를 확인합니다. 이제는 다들 알아서 잘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다음주가 지나고 3주, 더 나아가 마지막째 주에 이르면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단체 생활을 스스로 이끌어 나갈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들입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처음으로 매점엘 갔습니다. 지출은 용돈기입장에 적게 하였고 각자 구매한 음식의 물품의 목록을 만든 뒤 찬장에 넣어놓게 하였습니다. 제가 매점에 가자고 했을 때 아이들이 정말이지 얼마나 기뻐하고 얼마나 말을 잘 듣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지.. 길지 않은 캠프 생활 동안 이토록 적극적이고 순종적인 모습은 참말로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지요.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아이들에게 그 '무엇'은 라면과 초콜릿인 듯 합니다.
매점은 매주 금요일날 가려고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있어서 꽤 효과적인 자극제인 것 같아요.
7시가 되자 저녁을 먹고 숨바꼭질을 하던 아이들이 알아서 공부할거리와 책을 준비해 원탁에 앉습니다.
시험을 보고 일기를 쓰고 숙제를 하면 여느날과 다를 것 없는 하루가 마무리 됩니다. 아이들은 씻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합니다.
강지원: 지원이의 목욕 도구 봉투를 보거나 지원이가 야무지게 맨 묶은 머리를 보면 지원이 성격이 꼼꼼한 듯 보이고 지원이가 굉장히 깔끔하단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침대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원탁에 벗은 양말을 올려두고 깜빡할 때가 있어요. 제가 이 양말 누구 거냐고 물어보면 지원이가 슬슬 웃으면서 양말을 가져갑니다. 요즘은 치우는 솜씨가 부쩍 늘어서 침대 위 좀 치우라고 하면 순식간에 말끔히 치워버립니다. 저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지요. 베실베실 웃는 지원이, 참 예쁩니다.
노하림: 어머님 혹시 '택연'이 누군지 아시나요. 아이들이 제게 하림이가 2PM 의 옥택연을 닮지 않았으냐고 처음 말해왔을 때 저는 잘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근데 어제 하림이를 문득 봤더니 닮은 겁니다! 하림이는 자기 언니도 그런 소리를 했다고 하더군요. 언니는 옥택연을 좋아하지만 자기는 별로 안 좋아한대요. 그러자 친구들이 언니가 옥택연을 보고 싶어할 땐 다른 거 보지 말고 그냥 너를 보라고 하라며 웃었습니다.
배성아: 수업 시간에 영어 선생님이 성아에게 친구가 누가 있냐고 물어봐서 빌라의 두 명을 얘기했더니 수업 후에 노래와 춤솜씨를 보여달라고 했대요. 내일 1대 1 수업 장소로 가서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재령: 매점을 가려면 선생님한테 뇌물을 바쳐야 하나요? 하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재령이가 자기가 산 초콜릿 중 하나를 갖다 주면서 저한테 매우 크고 밝은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선생님 대물이에요 대물!! 선생님 대물 드시고 우리 매점 가요!!!" ...뇌물을 대물이라고 부른 겁니다. 제가 네가 주는 건 대물이 아니라 뇌물이라고 하자 그제야 자기도 뇌물이 뇌물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답니다. 재령이는 한동안 대물이라고 불리울 것 같습니다.
정수빈: 선생님들 사이에서 수빈이는 '볼매녀' 입니다. 볼매녀는 '볼'수록 '매'력적인 '여'자의 준말인데요, 알면 알아갈수록 수빈이의 성품이 진국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읍니다. 수빈이는 매일 단어 시험을 좋은 성적으로 통과하고 일기 쓰기를 마친 뒤 수학을 공부합니다. 수학을 잘 모르겠다며 열심히 공부하는데 아주 기특해요. 제게도 질문을 해와 아는 만큼 최선을 다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수빈이가 앞장서서 공부를 열심히 하니 동생들이 따라가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 합니다.
최지아: 날이 무더운데 긴바지를 입길래 왜 긴바지를 입느냐 물었더니 다리가 탈까봐 긴바지를 입었다고 합니다. 이해가 되어 고개를 끄덕였는데 빌라에서 2분 거리인 엘리베이터 앞에 당도하자마자 좀 더운 것도 같다..고 아이들에게 말하더군요. 지아는 수업 시간이 빨리 간다고 말합니다. 수업을 듣다 보면 어느새 35분, 좀 있다 확인해보면 어느새 40분.. 그러다 수업이 끝난대요. 오늘 지아의 동생을 처음 봤는데 눈이 닮았다고 말하니 엄마 아빠는 안 그런데 자기 눈만 찢어졌다고, 동생은 처음엔 안 그랬는데 자라면서 자기를 닮아간다고 그러더군요. 남매가 얘기하는 모습, 귀여웠습니다.
최현지: 현지는 막대 초콜릿이 담긴 큰 통을 샀습니다. 저녁으로 삼겹살이 나왔는데 현지가 한 그릇만 먹고 먹지 않길래 왜 더 먹지 않느냐, 맛있는 게 나왔는데 배불리 먹으라 하니 간식으로 산 라면을 먹어야 한답니다. 현지는 간밤에 굉장히 조신하게 잤습니다. 저는 간만에 공격당하지 않은 밤을 보낼 수 있었지요.
오늘의 일기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이재령님의 댓글
회원명: 이재령(doolph3) 작성일
울 재령이가 가끔 장난도 자기 딴에는 재매있게 얘개한다고는 하는데,,,
가끔 설렁한답니다. 분위기가 상상이 됩니다. ㅋㅋㅋ
선생님,, 캠프앨범에 보면 재령이가 많이 피곤하고 웃는 모습을 볼수 없어
걱정이 됩니다. 많이 힘이드는지, 담주에는 웃는 모습을
볼수 있을까요???
최현지님의 댓글
회원명: 최현지(pink817) 작성일
잠버릇 험한 (특히 발차기) 현지와 함께 주무시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엄마인 저도 현지 옆에서 자기가 두려워 잠 잘때 만큼은 멀리하는데(?) ㅋㅋ 공격당하는 날은 잠을 설쳐서 왕 피곤하거든요..
선생님 궁금한 것이 있어요. " 일대일 수업을 시작하면 현지는 혼자 30번 빌라에 가 그룹 수업을 듣고 나머지 여섯은 모두 호텔로 올라갑니다" 라는 문구입니다. 현지공부가 뒤떨어져서 혼자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인지..
노하림님의 댓글
회원명: 노하림(rhr2006) 작성일네 엄마인 저도 아직은 신세대음악에 익숙해서 왠만한 아이돌과 노래는 다 안답니다.신인들은 헷갈리기도해요 택연~저도 좋아하해요 하림이가 닮았나요?줄리아 로버츠를 닮으라고 영어이름을 줄리아라고했는데... ㅎㅎ 사진담당쌤님 이지윤쌤빌라 급습하셔서 재밌는 사진 부탁드려요~
강지원님의 댓글
회원명: 강지원(jhkang11) 작성일
선생님의 유머러스 한 글 땜에 가끔씩 모니터에 마시던 차를 뿜을 때가 있습니다.
뒷처리가 난감하긴 하지만서도...^^
지원아! 냄새나는 양말 잘 치우도록 하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 전에 정리정돈 잘 하렴!ㅎㅎㅎ
강지원님의 댓글
회원명: 강지원(jhkang11) 작성일
선생님의 유머러스 한 글 땜에 가끔 마시던 차를 모니터에 뿜을 때가 있습니다.
뒷처리가 난감 하긴 하지만 덕분에 웃을 수 있어 좋답니다.^^
지원아! 냄새나는 양말 잘 치우도록 하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 전에 정리정돈 잘 하렴! ㅎㅎㅎ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홧팅!!!
강지원님의 댓글
회원명: 강지원(jhkang11) 작성일
선생님의 유머러스 한 글 땜에 차를 마시고 있다가 가끔 모니터에 뿜을 때가 있습니다.
뒷처리가 난감 하긴 하지만 덕분에 웃을 수 있어 좋답니다.^^
참! 선생님, 지원이에게 공부할 때 찍힌 사진을 보면 전자사전이 보이지 않는데 잘 이용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 있음 바로 찾아봐야 하는데 충전을 잘 하고 있는지 물어 봐 주십시오.
항상 고마운 마음 전하며...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홧팅!!!
인솔교사님의 댓글
회원명: 1161102pdh(9) 작성일현지어머님 / 어머님! 현지가 첫 시간에 그룹 수업을 받는 것은 공부 수준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자료에는 아침에 일대일 수업을 듣고 오후에 그룹 수업을 듣는 것으로 나와있을텐데요, 그것은 보시는 편의를 위해 그렇게 표를 구성한 것이고 실제로는 하루에 일대일 6시간, 그룹 두 시간이 아침 8시부터의 8시간 동안 유동적으로 짜여있습니다. 즉 4주 캠프 내에 현지와 같이 맨 첫 시간이 그룹 수업인 아이들이 현지를 포함해 8명이 되는 것이죠. (그룹 수업이 두 시간이니 한 그룹당 4명씩 하여 8명이 됩니다) 반대로 현지가 일대일 수업을 들으러 호텔에 올라갔을 때 그룹 수업을 들으러 내려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즉 이것은 현지와 다른 아이들의 시간표가 각각 달라서 그런 것이니 걱정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