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솔교사 이종명입니다.
드디어 이곳에서의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제의 레벨 테스트를 성실하게 임해준 우리 학생들은, 어제 드디어 따끈따끈한 새 책을 받고 수업 시간표를 받았습니다. 1:1 수업 6시간, 1:4 수업 2시간으로, 각자 시간은 다르지만 가끔 1:4 수업을 통해 만나서 같이 하기도 한답니다.
모두들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오늘 있을 시험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보며 어제 밤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오늘 아침에도 일찍 알아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었습니다. 7시라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생들 모두 잘 일어나서 아침을 잘 챙겨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침을 잘 먹어야 하루가 기운이 나니까요.^^
아침 식사 후, 각자 시간표에 적힌 교실로 이동하였습니다. 8시에 각자 숙소에서 출발, 8시 10분부터 수업이 시작되는데요, 처음이라 우리 학생들 당황하고 우왕좌왕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영특한 학생이라 그런지, 한 번 말하면 알아서 척척 자기가 수업을 듣는 장소로 잘 찾아갔습니다. 물론 옆에서 선생님들이 도와주시지만, 알아서 척척 해내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답니다.
수업이 시작되자, 부끄럼많던 우리 학생들 모두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선생님과 대화했습니다.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조금은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질문을 맞닥드리면 처음에는 아무 말도 못하게 되지만, 나중에는 그 상황 자체를 잘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겠지요. 수 많은 학생들과 함께 지내보면서 느낀 점은, 우리 학생들은 모두들 자신들이 모르는 것을 빨리 흡수하고 터득하는 멋진 스펀지 같다는 것입니다. 우리 빌라의 똑똑한 일곱 학생들도, 이 소중한 시간들을 바탕으로 더 나은 실력으로 갈고 닦아 한국으로 갔을 때는 깜짝 놀랄 만한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답니다.
이곳 선생님들은 모두 저와 두 번 이상 함께 캠프를 한 현지 교사분들입니다. 필리핀 선생님들 모두, 우리 학생들을 위해 즐겁고 재미있는 수업을 준비하려 애쓰고,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과 1:1로 수업하다 보니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또 특별히 노력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친해진답니다. 저도 몇몇 필리핀 선생님들과 아주 친한데요, 모두들 어찌나 좋은 분들인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우리 학생들도 금방 가까워질 것입니다. ^^
원어민 선생님들 역시, 저와 지난 캠프를 함께 보낸, 멋진 선생님들이십니다. 선생님들 모두 우리 학생들에게 늘 인기만점인데요, 그 비결을 살펴보니 학생에게 다가가는 태도인 듯 합니다. 항상 우리 학생들의 시선에서 상황을 살펴보시고, 또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수업 시간을 진행해 주신답니다. 또한, 사실 영어라는 것이 완벽하게 해도 모든 단어를 알 수 없고, 모든 말을 이해하기 힘들텐데, 이러한 부분을 다시 설명해주시고, 또 더 쉬운 표현, 더 쉬운 단어를 선택해서 잘 설명해 주신답니다. 이러한 선생님들의 노력이 우리 학생들로 하여금 잘 따라오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간에 즐거운 수업을 만끽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의 식사를 책임져주시는 요리장님은, 한식, 일식 레스토랑 등에서 일하신 베테랑이십니다. 못하는 한국 요리가 없으실 정도로 멋지게 만들어주시는데, 특히 우리 학생들이 좋아하는 불고기, 치킨(네, 심지어 치킨도 만들어 주신답니다!), 탕수육 등 야무지게 준비해주시지요. 이곳 필리핀에서는 음식을 많이 짜게 먹는데, 이런 부분을 배려해서 간을 줄여 해주신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 보다 조금 짠 경우가 있긴 한데, 항상 우리 학생들의 입에 맞도록 준비를 해주시기 위해 노력하신답니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이곳 캠프에서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밥을 한 가득 퍼서 잔뜩 먹게 되는 것이지요. 모두들 잠자리, 그리고 식사를 특히 더 신경써서 잘 지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식사 후에는 역시 저녁 전까지 모든 학생들이 다시 수업이 진행됩니다. 1:1 수업, 1:4 수업을 처음 임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주고 또 열심히 하는 우리 학생들이 기특합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다이어리를 쓰고, 또 첫 단어 테스트를 위해 외웠습니다. 갑작스럽게 수행되는 것처럼 느껴져, 우리 학생들이 단어를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그래도 단어 외우기며 패턴 연습 등을 집중해서 잘 끝마쳤습니다.
산이는 저희 숙소의 방장이 되었습니다. 자율학습 시간에 우리 학생들이 투표를 해서 정했는데, 산이가 4표로 당선되었답니다.^^ 한국에서는 전교 회장을 하고 있다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우리 친구들이 믿고 맡겨준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을 하는게 아니라, 우리 학생들과 함께 야외 활동을 나가거나 숙제하거나 할 때 확인하고 관리하는, 무겁지 않은 직책을 받은 것이랍니다.
준수는 부방장이 되었습니다. 이제 중학교 1학년으로 올라가는 형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방장으로 보여진다는 이야기도 나올 만큼 의젓하고 믿음직스럽습니다. 우리 친구들과는 벌써 단짝이 되었는지, 웃고 떠들고 노는 시간에 그저 행복한 웃음이 가득입니다. 이제는 저 앞에서도 빵빵 웃음을 터트려 주는데, 얼마나 예쁘던지요.^^
성재는 오늘 단백질 가루를 태워 먹었습니다. 가지고 온 물통에, 한 가루 봉지를 털어넣고 물을 가득 채워 반을 오늘 마셨습니다. 나머지 반은 목요일에 마시기로 했답니다. 약도 잘 챙겨 먹었구요,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에는 단백질 챙겨 먹는 약으로 성재와도 약속했으니, 저도 바짝 신경쓰겠지만 우리 성재도 알아서 잘 챙겨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될 듯 합니다.
민기는 오늘 완전히 우리 학생들과 뒤섞여 웃음 꽃을 잔뜩 피웠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무표정으로 다이어리 쓰는 것에 괜히 집중하길래, 우리 학생들에게 민기 웃겨달라고 부탁했더니, 우리 민기는 매일 즐겁게 웃는다고 하더라구요! 늘 웃음이 많고 친구들과도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한다면, 이곳에서의 캠프도 민기에게 더 재미있는 좋은 시간들이 될 것 같습니다.
도영이는 울산 총각답게 씩씩하고 늘 환합니다. 우리 모든 학생들이 다 안경을 쓰고 있는데, 도영이는 괜히 더 학구열에 불타는 학생처럼 보인답니다. 그런데 그런 도영이의 모습에 반전이 있죠. 무표정으로 열심히 공부할 때는 공부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웃고 떠드는 즐거운 노는 시간에는 그저 밝고 귀여운 개구장이랍니다.
정민이는 오늘 첫 수업에서 크게 어려운 것 없이, 열심히 잘 들었다고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한 선생님의 수업이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까다로웠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다음 수업 시간에는 보다 정민이의 수준에 맞게 약간 더 쉬우면서 공부게 더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늘 확인하고 있답니다.
희온이는 오늘 다른 빌라에 동생이 있다는 얘기를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여동생 은비가 있는 준수처럼, 희온이도 고한식 선생님과 함께 희찬이 동생이 같은 캠프에 있다고 하네요~ 희온이가 씩씩하게 잘 해내듯이, 희찬이도 잘 하리라 봅니다. 희온이는 강인한 형인지 크게 드러내지 않고 동생을 챙기진 않았답니다. 그래도 따뜻한 희온이인지라 동생을 알게 모르게 잘 챙겨주고 있는 것 같답니다.^^
오늘 첫 수업, 힘들고 정신 없었을텐데 우리 학생들 잘 따라주었습니다. 정말 고맙구요, 앞으로 있을 모든 수업도 오늘처럼, 늘 처음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임했으면 합니다.
내일은 첫 야외 활동으로 시티 투어와 SM 몰로 쇼핑을 하러 갑니다. 우리 아이들의 예쁜 사진도 많이 담구요, SM에서 간식도 사고 기념품도 조금씩 사는 즐거운 날이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독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