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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다이어리 뉴질랜드

[110125] 공립스쿨링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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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솔교사 작성일11-01-25 19:00 조회1,00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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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느라 입구부터 걸어 들어갔는데, 향기로운 냄새가 싸악~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학교 입구에 있던 꽃에서 나는 향기였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긴 했는데.... 꽃이 그닥 예쁘게 나오진 않았네욤...ㅎㅎ; 그래도, 저희 이런 향기를 맡으며 살고 있다고 자랑하려고 사진 올렸습니다.

오늘도 남자아이들은 학교에 오자 마자 도시락을 열었고, 농구를 했습니다. 씩씩해서 좋기는 합니다.ㅎㅎ
오늘은 뉴질랜드의 국가를 들어보고 함께 불러보았습니다. 뉴질랜드는 영어 말고 마오리족의 언어도 공용으로 쓰기 때문에 국가도 2개언어로 부른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우리 아이들도 함께 애국가를 부르고 각자 제각기 번역한 것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 번역을 했는데도 서로 다른 단어와 표현을 했던 것이 재밌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 만세' 같은 경우 참 번역하기 난감할 수도 있는데, 어떤 아이는 'Korea, Olleh~'라고 하고 또 어떤 아이는 'Korea, Oh yeah~' 라고 했습니다. hurray, cheers 이런 사전에 나와 있는 말들은 뭔가 와닿지 않는다며 생각해낸 단어들이죠.ㅎㅎ

아이들이라 그런지 매일 매일 조금씩 영어가 늘어 가는 것이 보입니다. 음... 그리고 먹성도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ㅎㅎ 이것은 사람의 본능인 것 같습니다. 제가 여행을 많이 다녀봐서 아는데, 집을 떠나 있는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먹을 것이 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박혀 있는지 많이 먹게 되더라구요.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고, 벌써부터 2월에 한 번 먹게되는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다른 음식을 안 먹냐면 그것도 아니구요....ㅎㅎ;

오늘은 쇼핑몰에 구경을 갔습니다. 사실, 애들이 살만한 것도 별로 없는데 애들은 아주 신나게 다니더라구요. 풀어 놓자 마자 다들 뿔뿔이 흩어져서 정신없이 다녔습니다. 그래봤자 멈추는 곳은 스시 파는 곳....ㅎㅎ 맥도날드...ㅎㅎ 사탕 파는 곳....ㅎㅎ 뭐 그런 곳들이죠. 어제는 모두들 자기들은 돈 안쓰고 모았다가 나중에 아이패드를 사네, 아이팟을 사네, 그런 얘기를 하더니 먹을 것 앞에서 무너졌습니다.ㅋ

긴 옷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긴 옷을 사서 입으라고 하셨던 아이들 중 태욱이는 괜찮다며 그냥 지내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추위를 별로 타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좀 추운날이 되면 제가 다시 한번 태욱이한테 얘기를 하겠습니다. 현동이와 아현이는 가격대비 괜찮은 후드짚업 면점퍼를 샀습니다. 안에 포실포실하게 기모도 들어있어 따뜻할 것 같습니다. 영관이는 긴 청바지를 사려다가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나 칠부 길이 밖에 없어서 맘에 들지 않는다며 사지 못했습니다.

현동이와 인규는 어제부터 도시락으로 밥을 싸와서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ㅎㅎ 어제는 아주머니가 잘 모르셔서 정말 밥만 싸주셔서 김에만 싸 먹었는데, 오늘은 볶음밥으로 싸왔더라구요. 그런데 오늘은 또 숟가락을 안 싸주셨답니다.ㅎㅎ 여기 사람들의 도시락이라 함은 보통 수저가 필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익숙치 않아서 벌어진 일입니다. 숟가락은 제가 구해다 줘서 밥은 무사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예슬이와 지영이는 분위기 메이커로 자리를 제대로 잡았습니다. 가장 큰 언니/누나들로써 분위기를 좋은 방향으로 주도해가서 참 다행입니다.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주위 사람들에게 중학생도 있다고 하니 다들 저를 안타깝게 생각하더라구요. 중학생은 예민하고 반항하고 틱틱거린다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예슬이와 지영이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렇게 밝고 명랑하고 똘똘한 아이들이 중학생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영관이는 참 남자답습니다. 남자아이 특유의 무뚝뚝함도 있지만 책임감도 있고 오늘 쇼핑몰에서는 현유를 잘 데리고 다녀서 얼마나 듬직했는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사진 찍는 것도 참 싫어했었는데, '너희 부모님을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사진 찍어도 가만히 있고 이젠 가끔씩 포즈도 취해준답니다. 가장 남자답다고 누나들이 인증했으니 믿으셔도 됩니다.ㅎㅎ

현동이는 오늘 새삼 제가 현동이를 보다가 속눈썹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찌나 길고 숱도 많은지 참 부럽더라구요.ㅎㅎ 현동이는 보는 눈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남다른 패션센스를 자랑하길래 그냥 어머님의 센스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옷을 사는 것을 보니 보는 눈이 남다르던 걸요. 오늘 산 것 말고, 다른 좀 더 화려한 것도 고르며 두 개를 산다고 가져가더니 두 개를 모두 사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다며 하나는 놓고 오더라구요. 옷 사러 혼자 보내셔도 걱정이 없으시겠어요.

인규는 사진을 찍으면 일부러 이상한 표정을 짓곤 합니다. 저는 그게 더 귀여운데 혹시 부모님께서는 인규가 기분이 나빠서 그러나 오해하실까 걱정이네요.ㅎㅎ 아니니까 염려 푹 놓으세요. 인규는 여수 사나이 답게 왠만한 건 쿨하게 넘어갑니다. 레이싱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럼 인규는 무엇을 좋아할까 궁금했었는데, 오늘 쇼핑몰에서 굳이 혼자서 다른 곳을 가겠다고 해서 혼자 잘 찾아올 수 있냐고 확인을 하고는 다른 아이들과 떨어졌는데 무엇을 사온 지 아십니까? 망고를 한봉지 가득 사왔답니다.ㅎㅎ 우리나라에선 비싸서 잘 못 먹는데 여기는 엄청 싸다며 자랑까지 하더라구요. 망고를 정말 좋아한다며 아주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태욱이는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합니다. 그래서 태욱이는 웃고 있는 사진이 많죠?ㅎㅎ 제가 볼 때는 현재 가장 행복한 아이는 태욱이인 것 같습니다. 무슨 상황이 특별히 다른 아이들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그냥 모든 것에 가장 신나하는 아이가 태욱이입니다. 홈스테이가 다 거기서 거기일텐데 태욱이는 뭐가 그리 자랑할 것도 많은지 매일 아침 집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얘기하느라 바쁩니다. 용돈을 주면 뭔가를 사고 그래야 즐거운 법인데 태욱이는 지갑에 돈이 있는 것만 봐도 행복해한답니다.ㅎㅎ

아현이는 선생님께 칭찬을 참 많이 받습니다. 글씨도 참 예쁘게 잘 쓰고 뭐든 똘똘하게 잘 하기 때문이죠. 물론, 어떤 부분은 언니들이 더 잘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현이는 여자 아이들 중에 가장 어리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아현이에게 칭찬을 더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현이는 그런 칭찬이 좀 불편한 모양입니다. 칭찬 받는 것은 좋은 것이고, 선생님이 너를 예뻐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얘기를 해준 후에는 조금은 나아진 것 같긴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칭찬을 받을 텐데, 나중에는 아현이가 활짝 웃으며 'Thank you' 라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현유는 함께 지내면 지낼 수록 나름의 독특한 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애교도 많고 얼굴도 아기같아서 선생님이 많이 귀여워 하십니다. 현유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현유를 보고 웃으신답니다.ㅎㅎ 가끔씩 아이들이 다들 모여 있는데 현유가 안 보여서 둘러보면 어딘가를 혼자 배회하고 있기도 하고, 화장실 간다며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아서 나가보면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기도 하고 그렇습니다(화장실 가는 길에 놀이터가 있습니다). 음... 고독을 즐기는 아이인가요?ㅎㅎ

우리의 모범생 연지는 오늘도 속사포 말솜씨로 우리를 재미있게 해주었습니다. 부산 아가씨 연지의 사투리를 아현이가 따라하는데 너무 잘해서 우리 모두 잘 웃었습니다.ㅎㅎ 연지는 자기가 그렇게 말하는지 몰랐다며 박장대소를 하더군요. 연지는 아현이, 소담이와 항상 꼭 붙어 다니는데, 소담이가 항상 '논리적이고 아는 것 많은 언니'라고 합니다. 연지는 아직도!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혹시 전화통화 하시면 협조 좀 해달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소담이! 보기엔 새침해 보이는 '차도녀' 스타일이지만 소담이는 알면 알수록 매력덩어리입니다. 소리 없이 강하다!라는 광고 카피가 딱 소담이한테 맞는 말입니다. 언니의 구박도 별 것 아닌 듯 넘어가고, 뭔가 엉뚱한 아이디어를 항상 가지고 있고 그것을 또한 항상 실천에 옮긴답니다. 쉬는 시간만 되면 아현, 연지와 함께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쉬는 시간이 끝날 때 쯤에 돌아오는데, 항상 새로운 곳을 발견했다고 저에게 보고를 합니다. 제가 보기엔 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것이 소담이입니다.

10명의 아이들이 제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고, 정말 무엇 하나 비슷하기라도 한 아이들이 없습니다.
그런 아이들인데도 서로 친해지고 지금 보면 서로 죽고 못사는 사이로 보이는 것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었다면 이렇게 다른 사람들끼리 친해지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이리 저리 재는 것 없이 순수하게 서로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어른들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해봅니다.
Belfast 학교의 모토가 care, share, learn, grow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서로를 배려하고 나누고 배우고 자라나길 바랍니다.

내일 또 뵙겠습니다!

댓글목록

김영옥님의 댓글

회원명: 김영옥(twinkids5) 작성일

역시 난 예슬이 엄마라 천재인가봐 ㅋㅋ  오늘 다이어리 올라오기 전에 앨범을 봤더니 애들이 집밥을 못 먹어서 저렇구나 싶었더니 역시 아니나 다를까  ㅉㅉㅉ  고온다습한 밥이 정말 싫다던 우리 예슬이  돌아오면 이제 저런음식 쳐다도 안보겠는데요 ㅎ ㅎ ㅎ  역시 나가봐야 애국자되고 집밥이 좋은지 안다니까요 
글구 김쌤 사진실력 장난 아니신가봐요.  말안해도 다 알아보게 찍으시니 작품집 내셔도 될 듯~~

조연지님의 댓글

회원명: 조연지(yunji1323) 작성일

연지가 숫기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부탁하신데로 연지와 통화하면 잘 타일러 사진 잘 찍도록 독려하겠습니다
애들 소식 볼때마다 선생님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양아현님의 댓글

회원명: 양아현(kelly990612) 작성일

오늘도 아이들 소식에 함빡 웃었습니다. 아현이와 현유가 아이들과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처음엔 우리 현유가 너무 어려 잘 적응하지 못 할까 걱정했는데 옆에서 형들이 잘 끌어주고 도와줘서 잘 적응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젓한 영관이형! 쇼핑몰에서 우리 어리버리한 현유 잘 돌봐줘서 고마워! 그리고 선생님! 사진속 아현이의 새옷이 맘에 들어 흡족해 하는 그 표정을 생생하게 잘 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들과 한 참 웃었어요.. 아현이의 그 행복해 하는 모습이라니..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마음에 담고 저는 잠자리에 들렵니다. 선생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정영관님의 댓글

회원명: 정영관(jyg98) 작성일

영관이가 혼자 바지를 사려고 시도했다니  거기가 예상밖으로 춥긴한가보네요.  일단 잘먹는다는것은 좋은 현상이죠.  일단 안먹으면 아플까 걱정이고 한창 클때의 6주는 긴시간인데  잘먹고 게다가 집에서랑 틀리게 일찍 자야하니까  마음뿐아니라 키도 많이 자라서 오겠네요.
선생님! 캠프다이어리  매일 매일 기다려지네요. 수고하세요.

김태욱님의 댓글

회원명: 김태욱(twkim) 작성일

행복한 우리 태욱이
아빠가 학교에 가면서 오늘은 태욱이 에너지를 듬뚝 담고 떠난다.
오늘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하루.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기대하마
울 아들 화이팅...

인솔교사님의 댓글

회원명: 1161102pdh(9) 작성일

아현이 옷은 제가 발견하고 아현이가 좋아해서 사긴 했는데, 다 사놓고 보니 혹시 넘 정신없다고 어머니께서 좋아하지 않으시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되었는데 웃으셨다니 참 다행입니다.ㅎㅎ 오늘은 햇살이 따가운 날이었는데 아현이랑 현동이랑 그 기모까지 들어가 있는 옷을 둘 다 입고 왔더라구요.핫핫핫.... 새옷은 누구나 좋아하는 법이죵.ㅎㅎ
영관이는 많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해요. 지금 입고 있는 바지들이 많이 짧지는 않고, 애가 어차피 매일 뛰어놓기 때문에 긴 청바지는 오히려 불편할 듯 해요. 아이들이 대부분 칠부 길이의 바지를 입고 다녀요.
어젠 쇼핑몰에서 생각보다 사진을 몇 장 못 찍는 바람에 사진 수가 많지 않았는데도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