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15] 스파르타4주 이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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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솔교사 작성일11-01-15 23:59 조회52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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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이 벌써 1월 15일입니다. 저는 공항에서 부모님들께 아이들을 데리고 잘 다녀오겠다고 말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이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네요. 전 이 곳이 참 좋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상황이면 말이 바뀔지도요, 하하.
1. 12시경까지 날씨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재령이와 하림이의 샌들은 일찌감치 말랐고 이제 수빈이와 지원이의 운동화가 남았습니다. 속까지 바짝 말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집 앞에 말려두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앞으로 그늘이 졌습니다. 저는 맞은편 빌라로 그 두 켤레를 옮겨두었습니다. 그런데 빨래 세기를 마치고 식당동으로 가보니 지원이와 수빈이가 제게 자기들 운동화를 왜 그곳에다 두었냐고 묻습니다. 해쪽에 갖다 두었다고 했더니 창피하대요. 집 앞에다 도로 옮겨놓았답니다. 그 맞은편 빌라가 4주 남학생들 빌라였거든요. 짜식들 내외하긴.. 전 속으로만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운동화를 점검하러 갔습니다. 그러다 하늘을 봤더니 먹구름이 문자 그대로 '밀려 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얼른 운동화를 안에다 들여놓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깜빡하고 운동화를 밖에다 둔 채로 아이들을 인솔하러 움직였다면 지원이와 수빈이의 운동화가 허탈히 도로 젖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2. 아이들은 부모님들과의 통화를 통해 자신들의 거의 모든 (저에게 보일 정도로 공개적이고 큼직큼직한) 행동들이 저에 의해 다이어리에 적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 사실을 의식하여 거짓을 말하거나 사실을 숨기려 하거나 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다만 아이들은 이제 이렇게 물어옵니다. 간밤에 제가 성아의 다리에 대해 성아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러면 성아가 대답합니다. '물이 닿으면 쓰라려요' 그 때 지원이가 끼어듭니다. '선생님 이거 다이어리에 쓰려고 그러죠?' 음.. 지원이가 정곡을 찌르긴 했지만 이러다간 제가 정말 순수하게 성아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물었다 해도 믿어주지 않을 태세입니다. 하지만 궁금해하시는 부모님들을 위해선 제가 계속 원탁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들의 이야기를 슬며시 듣고 이 곳에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놓아야겠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원탁 옆 소파로 내려와 조용히 똬리를 틉니다.
3. 오늘의 간식은 고구마 칩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원래 간식이 나오지 않아 학생들이 자신의 돈으로 산 간식을 먹는 날입니다. 동시에 데일리 테스트와 위클리 테스트 이렇게 두 시험을 한 번에 보는 날입니다. 아이들이 절 보자마자 간식은 언제 먹느냐고 물어오기에 주의를 한 번 줬습니다. 아이들이 현지 음식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해 일주일에 두 번 있는 간식 시간 (자기들의 용돈으로 산 간식 말입니다) 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가끔 이곳에 온 목적이 간식을 먹기 위해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객이 전도된, 정도가 지나친 행동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오늘 그런 모습을 보고. 제가 혼을 내자 모두들 바로 입을 다물고 공부에 집중하긴 했지만 조금 실망스러운 하루였습니다. 간식에 관련해서 말고도 아이들이 완벽한 적응기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늘어진 것 같았습니다. 단어 시험을 매일 봐서인지 타성에 젖은 것 같기도 했고요. 시험을 못 봐도 깜지를 빨리 쓰면 돼지 뭐, 하는 마음으로 대충 대충 시험을 보는지 성적이 하락 추세였습니다. 공부를 하라고 해도 연예인 얘기를 하며 떠들어서 5개까지 줄여주었던 깜지 개수를 다시 10개로 올렸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을 먹기 전까지 하루 종일 공부를 하느라 공부가 힘든 것은 이해하지만 이대로 태도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도리 없이 싫은 소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조용해져서 각자 할 일을 마쳤습니다.
4. 아이들의 일기를 걷어 내용을 슬쩍 읽어보았습니다. 매일 쓸 내용이 없다고 툴툴대면서도 한 페이지 열 세 줄을 꽉꽉 채워 냅니다.
강지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올바른 표현을 적합히 사용하고 있다는 코멘트가 적혀 있습니다. a와 an과 같이, 한국어에 들어있지 않아 빼먹기가 쉬운 관사의 사용에 대해 지적을 받지도 했지만 보통은 문장 구조가 아주 잘 배열되어 있고 이대로 계속 정진하라는 칭찬이 달려 있습니다. 또한 관계사의 사용이 능숙하고 배운 것을 일기에 현명히 적용시킨다는 평입니다.
노하림: 하림이의 가장 최근 일기에 선생님이 wow 라는 감탄사와 함께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코멘트를 달아주었네요. 단어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조금만 구조를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간단하고 옳은 문법을 잘 사용하고 있답니다. 선생님이 고쳐주신 일기를 한 번만더 읽고 다음 일기에 적용한다면 작문 실력이 금세 더 늘 것 같습니다.
배성아: 주제에 맞는 내용을 발전시키는 데에 뛰어나다는 평입니다.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는 것도 잘 받아들인다고 적혀있네요. 가끔씩 마침표 적기를 까먹는다는 지적이 있네요. 실제로 성아의 일기는 굉장히 예쁜 글씨가 또박또박 쓰여져 있습니다. 글자 간격도 정확하고 알파벳 모양도 아주 분명합니다. 충실히, 성실히 쓴 일기라는 느낌이 선명히 전달되는 일기입니다.
이재령: 재령이는 문법과 문장 구조에 있어서 조금 더 공부를 요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스펠링 부분에서 틀린 곳도 발견된다고 합니다. 재령이는 늘 열심히 한 페이지를 꽉꽉 채우는데 아직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몇 군데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정수빈: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는 코멘트가 달려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선생님이 수빈이의 글씨 위에 덧쓰는 문법 수정이 줄어들다가 최근 일기에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실제로 '그녀의 실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평입니다. 초기에 문법 사용법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코멘트가 달려 있던 것에 비하면 무궁한 발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지아: 지아는 거의 매일 일기에 쓸 게 없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글씨가 점점 커집니다.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열세 줄을 다 채워야 한댔더니 말은 들어야겠고, 그러나 하루가 거의 비슷한 형세로 흘러가다 보니 딱히 쓸 말이 없고 싶어 그런가 봅니다. 지아의 일기는 거의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문장 구조나 문장도 점점 나아지고 있고요.
최현지: 현지는 문법 사용에 있어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일기를 쓰는데 화제를 잡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합니다 .간혹 단어의 스펠링이나 문법 사용에 있어서 오류가 발견되기는 하나 문장 구조, 구성은
제 일기를 보고 하루를 마치시는 부모님, 제 일기로 하루를 시작하시는 부모님 모두
좋은 밤, 좋은 아침 되시길 바랍니다.
내일 일기에서 뵙겠습니다.
댓글목록
노하림님의 댓글
회원명: 노하림(rhr2006) 작성일스파르타수업이 효과를 보이는 건가요 와우~
강지원님의 댓글
회원명: 강지원(jhkang11) 작성일
젖은 운동화...ㅠㅠㅠ ,은근슬쩍 아이들에 대한 관찰 때문에,
선생님의 노고가...ㅎㅎㅎ
선생님의 당근과 채찍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지원아! 그리고 얘들아! 때론 힘들고 꾀가 나지만 최선을 다하다 보면,
너희에게 큰 도움이 될것이라고 말 해 주고 싶다!
당장,영어가 늘어가고 있다는 글을 보니 기분 좋구나!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홧팅!!!
강지원님의 댓글
회원명: 강지원(jhkang11) 작성일
젖은 운동화...ㅠㅠㅠ,은근슬쩍 아이들에 대한 관찰과
당근과 채찍으로 아이들을 일깨워주시는 선생님!!!...^^
선생님 홧팅!!! 아이들 홧팅!!!
이재령님의 댓글
회원명: 이재령(doolph3) 작성일
선생님의 글을 읽다 보니 엄마의 맘이 느껴지네요...
정말이지 당근과 채찍이 적절하게 사용하시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재령이가 다소 늦는 부분이 있더라도 본인 스스로 시작했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답니다.
선생님,,, 울 빌라동 공주들 홧팅!!!
최현지님의 댓글
회원명: 최현지(pink817) 작성일
선생님..
우리 현지 내용은 중간생략? 이궁....더 궁금해지네요
자꾸 궁금해지게 하는 것도 실력이지요...ㅋㅋ
이왕이면 살짝 가르쳐주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