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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다이어리 필리핀

[100816] 프리미엄 4주 배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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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솔교사 작성일10-08-16 04:09 조회58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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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솔교사 배서희입니다.

오늘은 아이들과의 마지막 밤입니다.
첫 주가 지나기 전 아직은 서먹했던 시간들, 조금씩 적응해 나가며 저를 따르던 둘째 주를 지나
한참 정들고 즐겁던 셋째 주가 흐르고 헤어짐을 준비했던 마지막 주까지 흘러 오늘에 왔네요.
 아직도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님들께 오늘 이 밤은 또 얼마나 길까요.. 오늘은 아이들과 그 동안의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딱딱했던 굴레를 벗고 이웃집 언니처럼 밤 새 이야기 꽃을 피우고 싶어지네요.
한 달 간의 시간을 정리하며 아이들에게 보냅니다.

 <하빈이에게>
 하빈아 안녕? 서희쌤이야. 아직도 너와 헤어진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 내일이면 또 수업을 마치고 빌라로 뛰어들어와 ‘쌤요~ 서희쌤요~’ 하고 부를 것만 같거든
 처음 세부에 올 때 선생님이 네 옆 옆자리에 앉았던 것 기억하니? 사실 샘은 많이 긴장하고 있었어. 왜냐면 사춘기 여학생들의 반항심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지. 선생님도 네 나이 때 말 징그럽게 안 듣는 학생이었거든. 하물며 영어캠프 인솔교사를 과연 따를까 싶었어.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널 알면 알게 될수록 처음 내가 너에게 가졌던 선입견은 눈 녹 듯이 사라졌어. 항상 장난치기 좋아하고 모두에게 허물없이 구는 너지만 누구보다 여린 마음을 가져 상처를 잘 받는 것이 항상 안타까웠어.
 인기도 많고 끼도 많은 우리 하빈이. 캠프 내내 부모님 편지 못 받는 줄 알고 겉으로는 괜찮은 척 했지만 몇 번씩 한국 가기 싫다고 울었던 거 그 이유도 없진 않을 거야. 샘도 하빈이 부모님이 너무 무심하신 것 아닌가 속상했는데 알고 보니 누구보다 부모님과 할머님께 사랑 받고 있었잖아. 하빈이 어머님이 쓴 글 읽으면서 네가 얼마나 사랑 받으며 자라고 있는 지 느껴 지더라.
 참, 결국 하빈이 민요를 아직도 못 들어 봤네? ㅎㅎ 이따 피자 먹으면서 꼭 불러줘야 된다!!
 하빈아 한국 가서도 캠프에서 우리에게 보여줬던 그 밝은 에너지로 주변을 환하게 비추는 너의 모습 변치 않길 바랄게. 한 달 동안 함께했던 예린이 아람이 정수 혜원이 그리고 샘 잊지 말고 판소리를 하고 싶다는 너의 멋진 꿈 꼭 이루길 바랄게 ^^

<예린이에게>
 예린아 안녕? 서희샘이야. 우리 예린이에게 편지를 쓰려니 문득 처음 공항에서 널 보았을 때가 생각이 난다. 어린 아이들 틈에서 캠프 가려니 좀 그렇지? 라고 묻는 나에게 너는 차갑게 ‘네’ 라고 대답했지. 그땐 얼마나 한숨이 나던지.. 내가 이 아이의 마음을 열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어. 캠프가 시작하고도 하빈이와 아람이랑 잘 친해지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혹시 둘이서 너를 왕따시키는 건 아닐까 불안했었지. 그런데 그것도 잠시 너는 아이들과 금방 마음을 터놓고 지내며 점점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어. 그러더니 선생님들에게도 그 표정을 보여주며 어느새 쉬는 시간마다 샘들을 부르며 먼저 다가오고 있었어.
 예린아. 그 동안 샘이 너에게 무심했던 것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 배가 아프다고 했을 때도 상처가 났을 때도 업무에 치여 잊어버리고 넘어갔을 때가 있었지. 그래도 예린이는 어른스럽게 보채지도 않고 혼자 잘 해주더라. 부족한 샘에게 예린이같이 든든한 학생이 있어서 정말 샘은 든든했단다. 다만 가끔 샘들에게 까부는 모습을 보일 땐 안타깝기도 했어. 샘들과 네가 이웃집 언니 오빠였다면 예린이의 장난이 마냥 귀엽게만 보였을 거야. 예린이가 진심으로 샘들에게 버릇없이 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지만 여기는 34명이 함께하는 캠프이고 예린이는 가장 맏언니잖아? 그러니 항상 모범을 보이고 아이들 보다 몇 배는 더 규칙을 잘 지키고 바르게 행동해야 하는 거야. 그것 때문에 혼났던 것 아직 섭섭해하고 있다면 풀길 바랄게. 선생님들도 다 예린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랬다는 거 다 이해하지?
 우리 아빠 예린이.. 강하게만 보여도 내일 공항에서 부모님께 달려가 막 울 것 같은데 아닌가?ㅎ
언제나 잘 해줘서 너무 고맙고 예린이는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아이니까 앞으로 네가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서 꼭 꿈을 이루길 바랄게. ^^

<아람이에게>
 아람아 안녕? 서희샘이야. 갑자기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까 조금 쑥스럽다~^^ 그치?ㅎㅎ
우리 아람이. 항상 샘이 손 볼 데 없는 100점짜리 아람이. 선생님이 항상 아람이를 믿고 든든하게 생각해서 그랬는지 초반에 아람이가 힘들어 할 때 많은 힘이 되어 주지 못한 것이 아닌지 아직도 마음에 걸려. 아람이의 감성을 보면 선생님과 많이 닮아 있어. 비록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말야. 전에 아람이가 많이 울었던 날 있잖아? 그 때 샘도 정말 힘들어서 울고 싶었어. 그 때 샘이 편지에 썼던 것처럼 내가 왜 이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 속에 있는 걸까..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고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즐거워 보이는 그런 외로움 이랄까.
 그런데 그거 아니? 다른 사람들도 그냥 그렇게 지내는 거야. 다들 그런 감정이 들지만 무디게 지나가거나 아니면 과하게 밝은 척하면서. 아람이는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할거라 생각해.
 캠프 우체통에 아람이 부모님께서 남기시는 글을 보며 선생님은 정말 부러웠단다. 선생님 부모님께서는 그런 다정 다감한 말을 잘 안 하시거든. 그래서 선생님도 사람들에게 낯 간지러운 말을 잘 못해. 그런데 아람이는 그런 사랑을 받으면서도 잘 표현하지 않는 것 같아. 싫어하는 것 보다 좋아하는 표현에 더 솔직한 게 진짜 멋진 거란다.
 전에 같이 병원 갔을 때 기억나? 그 날 샘이 너무 피곤해서 아픈 너를 옆에 두고 벽에 기대서 졸았잖아.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오히려 샘이 너에게 의지했던 것 같아. 어른인 척 해도 처음 가보는 그런 병원에서 어린 너를 데리고 앉아 있는 것 만으로 긴장이 되고 무서웠거든. 그런데 아람이는 정말 어른스럽게 그 긴 대기 시간도 잘 기다리더라. 정말 기특했었어.
한국에 가서 샘한테 연락하면 맛있는 것도 사주고 그 동안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아람이의 꿈은 뭔지, 또 우리 피자 먹으면서 모두를 궁금하게 했던 그 이야기도 ㅎㅎㅎ
 한국에 가서도 지금까지 샘한테 보여줬던 모습들 그대로 잘 지내길 바랄게. 안녕^^

<혜원이에게>
 혜원아 안녕. 서희샘이야^^ 마지막이라니 기분이 이상하네. 한 번도 나쁜 짓은 안 해봤을 것 같은 바른 생활 모범 소녀 혜원이. 혜원이를 보며 항상 선생님이 오히려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샘이 일부러 장난도 치고 했던 것 혜원이가 조금 더 즐겁게 생활하길 바랐던 거란다. 그래도 샘은 알 수 있어. 혜원이는 호기심이 아주 많아서 우리가 맨날 놀리는 것 같은 지루한 삶을 살진 않을 거라는 것을. 전에 아이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베리 선생님이 했던 말 기억하지? 캠프에 있는 동안 혜원이 너의 가능성을 본 사람들이 많이 있단다. 너는 의아해 했겠지만 이런 조언들을 절대 잊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어.
 혜원이 네 꿈은 과학자라고? 혜원이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빛을 주는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거야.
 참, 선생님은 혜원이네 가훈이 과연 무엇일지 정말 궁금해. 혜원이네 부모님께서 쓰시는 글을 보면 혜원이와 혜원이 동생을 교육하는 특별한 철학이 있으신 것도 같구. 샘도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면 혜원이네 집 같은 독특한 가풍을 만들고 싶어.
 너에게 필리핀에서의 한 달이 많은 생각을 갖게 한 시간이 되었다면 좋겠다. 단순히 영어 공부가 아닌 앞으로 어떻게 네 인생을 꾸려나갈지 샘들께서 말씀하신 네 안의 가능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말이야. 한국에 돌아가서 그 동안 보고 싶었던 가족들 친척들이랑 의미 있는 시간 보내고 앞으로 무얼 하든지 지금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혜원이가 되길 바랄게. 안녕^^
 
<정수에게>
 정수야 안녕. 서희샘이야^^ 정수 오늘 하루는 어땠니? 캠프 생활을 하며 선생님이 가장 신경이 쓰였던 아이가 정수 너란다. 아이들 중 가장 어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수 어머님께서 정수에 대한 걱정이 많으셨기 때문이야. 일주일에 한 번 정수 어머님의 편지를 보여주는 날 선생님은 무척 떨렸단다. 어머님의 걱정과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를 읽으면 정수가 조금은 달라질까, 공부하는 것이 지겹다고만 말하는 생각이 조금은 바뀔까 하면서.
 정수야. 선생님도 그렇고 정수 부모님도 정수의 가능성과 능력을 믿는 단다. 정수가 조금만 노력하면 닿을 수 있는 데 자꾸 포기해 버리니까 너무 안타까운 거야. 그런데 정수 어머님께서는 그런 너를 잘 이해하시고 보듬어 주시지만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정수의 발전을 기대하는 선생님은 가끔 너를 다그치기도 했었단다. 그래도 정수는 마음에 담지 않고 항상 샘을 따라줘서 정말 고마웠어.
 단어 시험에서 항상 재시험에 걸리던 정수가 꼭 한 번은 통과하고 싶다고 했었지. 캠프가 끝나 가도 별로 오르는 기색이 없어서 솔직히 샘은 포기하고 있었어. 꼭 25개를 맞아야 하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마지막 전날. 정말 정수는 스스로 다짐했던 것처럼 기적 같이 25개를 맞았어. 선생님은 그 날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 정수도 꼭 그 날의 기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정수 어머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이번 캠프가 단순히 영어를 배우기 위한 시간만이 아니었으면 한다. 친구와의 우정 동생에 대한 우애 선생님들에 대한 예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수 내면의 가능성. 항상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길 바라고 정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정수를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랄게. 정말 수고 많았고 다음에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자.
 안녕 ^^
 
벌써 12시가 넘었으니 이제 몇 시간 후면 캠프가 끝나네요.
저에게도 많은 도전과 고민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최선을 다 했지만 그래도 다시 7월 19일로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 달 동안 우리 예린이 아람이 혜원이 정수 하빈이 모두 즐겁게 지냈습니다.
서로에 대한 우정도 많이 쌓았고 원어민 선생님들, 한국 인솔교사들과도 좋은 추억을 많이
안고 돌아간답니다. 아이들 돌아가면 좋아하는 음식 많이 해주시고 그 동안 수고 많았다고 꼭 안아 주셔야 할 것 같네요^^ 그럼 이것으로 한 달간의 시간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그 동안 관심 가져 주시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공항에서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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